결의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막상 시작하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말이죠.

사실 ‘내 일을 하자’의 마음이 다입니다.

뾰족이 이건 대박이야라고 생각 드는 아이템은 없습니다.

이거 해보면 어떨까 괜찮을 것 같은데 하 이건 이래서 힘들 거야 음 조금 해볼까 역시 안되네

이런 흐름의 연속으로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지 셀프 스무고개 중입니다.

주변에서 반신반의하시는 분들의 시선엔 ‘네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니’라는 시선도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아마도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라 찔려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스킬을 가공해서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에는 어느 하나의 방면에 특출난 것은 없습니다.

거기에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품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인맥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우직한 편도 아니라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여 대차게 낭창 거리는 중이기도 합니다.

빠방한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어 갈 수 있는 동업자가 있지 않습니다.

신경질 나게 직접 투자할 만한 총알도 없습니다.

피고용자로서의 경험, 그것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의 경험이 전부라서

어느 땅이 좋은지 뭘 키우고 싶은지 어떤 연장부터 손에 쥐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기억력도 그닥 훌륭하지 않고 거기에 게으르기까지 합니다.

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기까지 하고요.

참나, 이렇게 쓰다 보니 왜 저는 이런 결정을 했을까 어이가 없습니다.

20대부터 줄곧 입에 달고 살았던 ‘때가 되면 사업을 할 거다’라는 말을

‘거봐라 내가 진짜 하지 않느냐’ 꾸역 증명하기 위해 하는 것처럼

알맹이 없는 것을 일인 양 강제 의미 부여하며 주변을 속이는 것과 지금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들이 빙글빙글 제게 다가온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발화는 아마도 애정 하던 회사의 애정 하던 식구가 다른 길을 가면서부터 였죠.

벌써 4-5년 정도 된 이 빙글빙글이 계속 맘속에 돌다 말다 있다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어지럽고 속이 미슥거려 개운한 것을 찾 듯 저도 제가 궁금했을 겁니다.

“너 진짜 할 수 있어?”

일하면서 무수히 생각했던 ‘이럴 거면 내가 내 거 하지!’에 대한 대답

나를 보고 자랄 아이에게 아빠는 이런 일을 했다고 즉답하기 위한 준비

언젠가는 찾아올 부품으로서의 가치 소진에 대한 대비

사랑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집 한 채 마련해 주고 싶은 소망

나대신 수고하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이제 그만 가면을 벗은 나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것들에 대한 대답은 해보는 수밖에요.

대답은 해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다른 더 안전한 대답은 없을까도 기웃거려 봤죠.

그런데 기웃거릴수록 그것은 답이 아니라고 더 선명해져만 간걸요.

그러니, 젠장, 무모하지만 잘 될 것 같다는 그 생각을 믿고 가보는 수밖에요.

집에 있기엔 지웠던 게임들을 다시 깔고 최고령 신인 프로게이머에 도전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저를 보고 있는 가족들의 눈치도 보여 일단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참에 살이라도 빼자.

많은, 무수한, 부끄러움 투성이의 단점들이 너무 저를 짓누르긴 하지만,

그나마 제가 잘 하는 것, 딱 한 가지가 있다면

‘들이박는 것’

그래서 한 번 해보려고요. 맨땅에 들이박아보려고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221220 865 0 4500 NDS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