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대단했습니다.
새로 산 휴대폰에 카톡을 설치했을 때 느꼈습니다.
‘오 나의 대화방들이 살아 있다니!’
‘오 휴대폰 연락처에 있던 분들의 프로필도 다 보이는구나!’
숨어 버린 저를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그 분들과의 대화방에 여전히 채팅이 오고갑니다.
어떤 방은 슬며시 나오기도 하고 어떤 방은 눈팅으로 전환합니다.
어떤 방은 빨간 숫자의 유혹을 참아내며 읽지 않기 시작합니다.
어떤 방은 제가 말을 하지 않자 아무도 말을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떤 방은 저의 소식을 알고 계시기도 했고 제가 말씀 드리기도 했습니다.
다음이 불명확한 저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전하기가 어색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사회에서 분리하려고 했습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전화기를 꺼두는 방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꺼두고 가끔씩 켜서 확인해도 될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이었을 듯 합니다.
항상 휴대폰은 어딜 가든 가지고 다녔습니다.
쇼파에서 식탁에서 방에서 화장실에서 바로 옆에 두고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업무 특성상 메신저 사용이나 급한 연락들이 있어서 휴대폰을 점점 많이 보게 된 습관이 생겼는데,
퇴사한 이후에 휴대폰을 보는 횟수가 훨씬 더 늘어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보고도 잠시 뒤 또 들어보고 또 들어보고,
연락도 많이 오지 않는데 계속 들여다 봅니다.
폰에 아무런 신호가 없음에도 혹시 놓쳤나 하고 또 들여다 봅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울리는 소리에 확인해보면 별거 아닌 스팸성 메세지나 업데이트 알림 혹은 시시콜콜한 얘기들입니다.
정리한 단톡방들, 정리되어버린 연락처, 삭제해버린 엄청 울려대던 회사 메신저, 없어진 메일 알림
땡보 핸드폰이 감 잃을까봐 저라도 열심히 켰다 껐다를 반복했습니다.
나를 이해하는 누군가들이 왕창, 소식 들었어 괜찮냐며 메세지를 보내주길
띨롱띨롱 전화를 걸어주길, 카톡을 보내주길 바랬습니다.
누군가는 같이 분노해주길, 술한잔 하러 나오라고 해주길, 우리 회사로 오라고 얘기해주길,
어차피 ‘내 일’을 하겠다 결정한 저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주길 바랬습니다. 많이.
나름 바삐 움직이며 있어도, 이래도 되나 싶은 공허가
자꾸만 배를 채워줄 폰을 찾았습니다.
230105 874 2 12500 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