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다

얕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정제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부쩍 제가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가슴에 꽂히는 일이 많아집니다.

미늘이 달린 마냥 쉬이 빠지지 않고 따갑게 덜렁입니다.

따가워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빠질 테니 또 따갑지 않으려면 말을 잘 해야 합니다.

말을 무겁게 해야 할 처지입니다. 팔랑 거리 것은 더 이상 안됩니다.

노력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입니다.

왜 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가에 대해 사전 설명 없이 강한 말을 뱉을 때가 꽤 있습니다.

그렇기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 황당할 겁니다.

제 생각의 결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는 것이 미숙합니다.

그래서 일단 글부터 씁니다.

어디에도 써본 적, 말해본 적 없는 내면의 이야기라 나름 큰마음 먹은 겁니다.

혹시나 제가 아는 분이 이 글을 보시지 않으시길요. 제가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건강에 해로우십니다.

제 대화 방법은 말의 중심을 상대에게 두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을 듣고만 있는 것은 아닌데, 상대방에 맞춰 얘기를 하고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의도하여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보디랭귀지를 캐치하여 의도와 기분을 해석하는 본능 같은 습관도 있는데,

어떨 때는 상대방의 입에서 나온 말보다 그의 보디랭귀지에서 풍기는 진의를 우선순위로 올려놓기도 합니다.

그 우선순위가 맞아 떨어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사회 경험에서 문제의식 없이 수용한 습관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비위를 맞추거나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곤조 있는 창의적 직군을 상대할 때

그들의 보디랭귀지를 캐치하고 해답을 찾아 요리조리 돌파하는 분들을 보며 감흥이 있었습니다.

어쩜 그리 잘 맞추는지, 신기하고 멋있었습니다. 나도 커서 저런 사람이 돼야지! 부러워 했죠.

흉내 내기로 그 독심 권법들을 활용하면서 소소하게 성공의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이 권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쌓아갔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땐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들은 저의 능력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재능이었습니다.

오호라~ 그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공식처럼 외우고 그런척하고 좋아 해왔습니다.

저를 들여다보며 정확한 저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에도

‘아마 저분은 다른 것을 물어보는 것일 거야’라고 확신하며 엉뚱한 얘기를 늘어놨던 것일지도요.

그럴 때 상대분은 얼마나 ‘… 뭐지’ 싶으셨을까요.

그리고 일에서 만나는 관계에는 이 방법이 어느 정도 통용된다고 하더라도,

일을 넘어 일상에서까지 해오다니요. 미안한 분들이 참 많아집니다.

상대가 저를 이해할만큼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상대를 제멋대로 해석했고

그 해석의 결과가 모여 입을 출발한 말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 되었을까요. 참 얕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깨달았으니 그렇지 않게 하면 된다 소박한 저에게 최면을 걸어야죠.

이제는, ‘내 일’을 하고 싶기에 ‘내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므로 대화의 중심부터 바꿔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사람이 될 것이고, 그러면 더 대화가 더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제 말에 무게감이 생길 테고 공감하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좀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따끔 거리는 것들이 나아지겠죠? 그런 사람이 일단 되어야겠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조금은 스르로를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전 ‘내 일’을 하는척하면서 분명 다시 또 ‘네 일’을 할 테니까요.

221222 869 0 5000 STB-GP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