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산 휴대폰
카톡은 대단했습니다. 새로 산 휴대폰에 카톡을 설치했을 때 느꼈습니다. ‘오 나의 대화방들이 살아 있다니!’ ‘오 휴대폰 연락처에 있던 분들의 프로필도 다 보이는구나!’ 숨어 버린 저를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그 분들과의 대화방에 여전히 채팅이 오고갑니다. 어떤 방은 슬며시 나오기도 하고 어떤 방은 눈팅으로 전환합니다. 어떤 […]
카톡은 대단했습니다. 새로 산 휴대폰에 카톡을 설치했을 때 느꼈습니다. ‘오 나의 대화방들이 살아 있다니!’ ‘오 휴대폰 연락처에 있던 분들의 프로필도 다 보이는구나!’ 숨어 버린 저를 들켜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그 분들과의 대화방에 여전히 채팅이 오고갑니다. 어떤 방은 슬며시 나오기도 하고 어떤 방은 눈팅으로 전환합니다. 어떤 […]
퇴사하겠습니다. 부득불 퇴사를 택할 만큼 좋지 못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피고용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택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가다 보니 ‘이제 내 붓을 잡을 때’가 되었음을 더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며칠 만에 자연인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택한 결정이고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일단 놀자’ 아무 생각 안 하고 일주일만 놀기로
식탁에 마주 앉아 늦은 저녁을 했습니다. ‘나 회사 그만두려고…’ 어쩌다 보니 말은 통보로 나갔지만 그녀의 동의를 갈구하는 눈동자였습니다. 잠깐의 머뭇이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는 눈치입니다. 표정은 담담합니다. 몇 번의 질답이 오고 갑니다. 무엇을 먹었는지 밥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 예상하고 있던 그녀였습니다. 생각보다 동의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생
결정은 제 몫이었고 여파도 계산해야 했습니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게 된 몸이기에 컨펌을 득해야 하는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몸 안에서 결정이 굳어진 퇴근길, 조금씩 익숙해졌던 길 위에서 ‘드디어’라는 생각이 반가우면서도 집에 가면 어떻게 말을 해야, 앞으로 어떻게 할까, 내일 회사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하다가 다시, 집에 가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짧은 간격으로 돌고